[청렴 소설]
등장인물
주인공 청렴이 , 동네 친구 길동이 , 세무공무원 김 과장 , 세무서장
제목 : 바른 청년의 살벌한 사회생활 극복기
<1>
나는 모르겠다. 내가 잘못된 것인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잘못된 것인지 대체 잘못의 기준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걸까? 아니면 상대적인 걸까?
아니, 잘못이 있다면 대체 그것은 누가 판단한단 말인가, 판단하는 자는 과연 판단할 자격은 있는 것인가?
신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나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생각에 잠겨있다. 나는 지금 백수다. 술을 마시는 것이 불편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맨정신으로 지내기가 힘들어 술을 매일 밤 마시고 있다.
일반적인 술자리는 왁자지껄 떠들며 즐기는 자리겠지만, 혼자 마실 땐 조용히 사색에 빠지기 쉽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일련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냥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 내가 없어도 이 세상은 잘 돌아갈 것만 같다. 아마도 사실이겠지.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머리를 새차게 흔들며 다시 정신을 붙잡으려 했다. 이미 주량을 넘긴지 오래되었다. 어느덧 나는 한참을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다 점점 깊은 회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2>
나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청년이다. 소위 말하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 시절엔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 가 목표였고, 고등학생 시절엔 인서울 대학이 목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근시안적인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학창 시절 나는 썩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답안지를 맹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답지에 오류가 있을 지라도 모든 문제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오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것이 바로 주입식 교육 때문이지 싶다.
풋.. 과거의 추억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분명 그리운 대학시절이었다. 허술한 듯, 엉성한 듯 지나간 대학시절, 그땐 무엇이 즐거운지 사소한 것 하나에도 웃고 떠들며 밝은 세상을 누비며 지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졸업학년이 되자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대기업을 목표로 향했고, 누군가는 사업을 하겠다고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어디든 취업만 시켜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관리하지 못한 낮은 학점으로 수많은 대기업에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하기가 부지기수였다. 당시에는 당당히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는 질투심 가득 방황만 반년을 넘게 했던 것 같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나는 엉뚱하게도 상황 탓, 남 탓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깨닫게 되었다. 변화가 필요하고,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학점을 보지 않고, 공평히 경쟁하여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취업상담센터를 방문했고, 여러 가지 진로를 고민한 끝에 나는 필기시험에 비중이 크다는 평이 나 있는 공무원 공부에 뛰어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다. 취업 후기를 보니 반년이면 된다는 글도 있었고, 길어도 일년이면 충분하다는 글도 많았다. 그렇게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으나, 방대한 공부량에 학을 떼기 일 수 였다. 정말 스스로 지옥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시기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온 1년 8개월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 다시는 그렇게 살 수 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았다. 특히 첫 시험에 고베를 마셨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가 싶었다. 다시 나이가 어려진다고 해도 그 시절만큼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 어느 누구 앞에서도 자신 있게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 그런 시기를 보냈다. 그렇게 노력하여 공무원 도전 2년차 때 나는 세무직 공무원에 합격하였다. 합격자 중에서 성적은 낮았지만, 합격한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중에 인사과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문을 닫고 들어왔다고, 정말 축하한다고 말해주셨다.
정신이 다시 또렷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돌이켜보는 추억은 항상 소중한 것 같다. 그것이 편한 일상이던지 아니면 죽을 만큼 힘들었던 경험이던 상관없이. 오히려 힘든 경험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나는 사장님께, 소주 한 병을 더 달라고 외쳤다. 오늘만 산다는 기분으로 지금 이 기분을 더욱 만끽하고 싶었다. 때마침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렴아~!”렴아~!”
뿌옇게 보이던 인영이 점차 다가오자 사람모습처럼 보였다. 오늘 함께 한잔하자고 했다가 거절했던 친구, 동네 친구 길동이가 왔다. 사정상 거절은 했지만 내심 맘이 쓰였는지 하던 일을 최대한 빨리 마치고 왔다고 한다. 그 사정이 머길래 늦게 왔냐고 핀잔을 주자, 불경기라 퇴근이 눈치 보이고 야근할 것도 많고, 심지어 접대까지 해야 해서 눈코 뜰새 없이 바빳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나를 보는 눈빛이 측은하다. 아무리 고생을 하더라도 백수보단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이녀석아, 나는 니놈이 더 불쌍해 보인다’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우리는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길동이 녀석도 삶이 많이 팍팍한가보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은 있다 보다. 우리의 대화엔 살아온 나날들이 편안할 날이 없었다. 그만큼 힘든 세상인가보지. 혼자서 소주 두병을 비웠고 길동이와 잔잔한 안부얘기를 나누며 한 병을 더 비웠다. 그리고 다시 한 병의 소주를 주문할 때 길동이가 나에게 왜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러고 있냐고 물었다. 길동이는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내 상황이 이해되지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묵직하고 씁쓸한 마음을 붙잡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한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주량을 훌쩍 넘겨 지나온 감정에 몰입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
열정과 책임감을 겸비한 신입 9급 대한민국 공무원, 이것이 바로 나였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렇게 배웠다. 자부심도 상당했다. 뺀질거릴 줄을 몰라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비록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일하고 많은 민원을 처리하기도 했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웃으면서 일했다. 이런 노력으로 만 2년 만에 나는 8급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 차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국제 행사인 월드컵이 있었다. 전 세계의 관광객을 유치해야 했으므로 수많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일부 차출되어 행사를 진행하였고, 우리 부서 역시 행사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부서 선임 두 분이 차출되어 지원가게 되었다. 나는 고작 33년 차에 9-10년차 쯤 되는 선배들의 일을 떠맡게 되었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좋을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분명 짧은 기간일 테지만, 선배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다짐은 접어두라는 듯 나에게는 큰 충격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문제는 변화에서 온다고 했던가. 나는 여기서 내가 봐서는 안 되고 보고 싶지도 않는 모습. 즉 못 볼꼴을 보고야 말았다. 상황은 이랬다. 김 과장님과 내가 뿡뿡 증권회사 건물 내부 감사로 잠시 방문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케비닛에 꽂혀있던 감사 매뉴얼을 나름대로 숙지하고 있었고 이론과 실전은 다르니, 과장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쎄했고, 찝찝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백지장처럼 하얗게 생긴 봉투가 접힌 체로 과장님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말끔한 양복차람의 사람과 과장님은 비상출입문 옆 계단에 서서 한동안 더 소곤소곤 말을 이어가고 있었고, 나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양복차림의 그분이 가고난 후 과장님과 나는 눈이 마주쳤다. 과장님은 민망했는지 나에게 이말 저말,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은 업무 차원에서 받은 것이야. 문제될 것 없어. 너도 조금 더 일을 배우면 다 알게 될 거야. 걱정하지마. 라는 등..
이 때 내가 받은 충격은 실로 상당했다. 갓 20살이 된 소녀가 더러운 성희롱을 당했을 때 이런 기분일려나.
나는 뇌가 정지한 듯 머리 속으로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껏 내가 배워온 바로는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법은 잘 모르지만 헌법 제 몇 조에 분명 어긋나고 과장님과 그 양복차림의 그분은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청렴, 직업윤리, 투명한 공직관 등등 수도 없이 많이 배웠고, 분기마다 교육을 받았다. 나만 교육 받은 것이 아니라 과장님 역시 교육을 받았다.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장면을 너무나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목격했다. 이로서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 상당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우리들의 분위기는 어색했다. 과장님은 간헐적으로 헛기침을 하며 대화를 유도했지만, 우리 둘은 눈빛 한번 마주치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몇 시간이 정적으로 흐르고 퇴근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과장님은 잠시만 이야기를 하자며 나를 회의실로 불러냈다. 나는 순순히 따라 갔다.
과장님은 나에게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가 하는 업무에 대해서 말씀도 하셨고, 본인의 추억과 경험담을 풀기도 했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것 같다. 과장님은 최대한 온화하게 말씀하셨고, 나 역시 귀담아 들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굳은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고, 심적으로도 이 상황이 받아드려지지가 않았다.
과장님은 어느덧 해명을 멈추고, 이제는 공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너 우리가 먹는 회식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아니?, 공무원 월급 그리고 복지 그거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일하며 회식도 할 수 있고, 한 게 다 그런거야. 그리고, 이건 이제 곧 명절이 다가오니깐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거야!”
“너 표정을 보니 나만 쓰레기고, 너만 세상 깨끗한 사람이라 생각하나본데! 나도 희생자얌마희생자 야 인마!. , 나도 이러고 싶어서 하는 줄 아냐.. 너 표정 빨리 푸는 게 좋을 거야. 이거 서장님부터, 부장님도 그렇고 다 그렇게 하는거야 알았어?!”
과장님은 도리어 성질을 냈다. 나는 도무지 무슨 상황인지를 모르겠고 가치관에 혼란이 왔다. 차라리 과장님만 청렴치 못했으면, 좀 더 마음이 편안했을 것 같다. 그런데, 과장님뿐만 아니라 지금껏 함께 일 해온 주임님, 대리님 그리고 부장님 등등 모두가 같다고 하는 말에 더 큰 충격이었다. 깨끗한 척하는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해 공무원이 되었는지조차 흔들리게 되었고, 이대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불편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냥 불편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회사의 그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못했다.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약간은 우울증과 정신적인 병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를 반년 후 결국 나는 사표를 쓰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용이 길어서 #2 편에서 계속 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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