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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출산의 고통과 남자가 거시기를 채였을 때 느끼는 통증 중 어느쪽이 더 아플까?

블라블라 Blah Blah 2020. 1. 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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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과 여성이 고통의 정도를 얘기하는 전쟁에서 어느 한쪽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습니다. 
여성만이 겪는 고통이 있고 남성만이 겪는 고통이 있습니다.
 이 두 고통 중 어느 쪽이 더 심한지를 두고 벌이는 설전 또한 해묵은 주제이지요. 
여성 입장에서 보자면 수박만 한 물체가 동전만 한 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소중한 '그곳'을 아주 살짝 툭 치는 것만으로도 옴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아프다고 야단입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여자가 아기를 낳을 때와 남자가 그곳을 채였을 때,  어느 쪽이 더 아플까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통증의 단위를 델(del)이라고 하면 
인간의 몸은 최대 45 델까지 참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를 분만하는 동안 여성은 통증을 57 델까지 느끼며  그것은 우리 몸의 뼈 20개가 동시에 부러지는 것에 맞먹는 통증이라고 말이지요.

더 나아가 고환을 걷어차이면 남자는 무려 9000 델의 통증을 느낀다고 하네요.
과연 이 주장들은 사실일까요? 양쪽 모두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통증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면에서 터무니없을뿐더러 '델'이라는 통증의 단위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델 = 사기

한때 사람들이 통증을 뜻하는 라틴어 'dolor'에서 따온 '돌(DOL'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통증의
정도를 나타낸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통증을 평가하는 좀 더 정확한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죠.

통증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똑똑하게 접근하기 위해선 먼저 통증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죠. 
 우리 몸에는 특별히 통증에 반응하는 통각 수용기(nociceptor)라는 신경 세포가 있습니다.
다른 신경 세포들은 피부를 살짝 건드리거나 정상적인 온도 변화 등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발화되어 신호를 전달하지만 통각 수용기 세포들은 통증의 세기가 특정 문턱 값을 넘어서야만 발화합니다. 
 어떤 통각 수용기는 재빨리 반응해서 척수와 뇌에 즉각 신호를 보내 급작스럽고 날카로운 통증을 일으킵니다. 또 다른 통각 수용기는 좀 더 천천히 신호를 전달하는데 이들은 오래 계속돼 둔한 통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를 말해보겠습니다.
구토 중추 고환은 체강에서 비롯된 내부 장기입니다.
간과 같은 내부 장기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고환은 수많은 통각 수용기로 뒤덮여 있어서 통증에 매우 민감합니다. 번식을 위해 고환의 안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할 테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고환은 위장에 있는 신경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뇌의 '구토 중추'와 직접 연결된 미주 신경(vagus nerve)과도 풍부하게 연결되어 있고요.  고환을 채이면 통증이 배 전체로 퍼져 나가고 곧이어 속이 메스꺼워지며 혈압과 심박 수가 올라가고 땀이 줄줄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당히 괴롭겠네요.

여자의 경우를 말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신사 여러분, 속단하기엔 이릅니다. 비록 아이를 낳는 과정은 내부 장기를
세게 얻어맞는 통증과는 상관없지만, 자궁이 물리적으로 팽창하면서 역시 통각 수용기를
자극합니다. 그 결과 산모는 그곳을 채인 남성 못지않게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통을 느낍니다.
게다가 진화 과정에서 여성의 엉덩이는 점점 작아진 반면 아기의 머리는 점차 커져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그뿐인가요.
출산의 진통은 평균 8시간 동안 계속됩니다그동안 여성은 메스꺼움, 피로감, 통증을 느끼지요. 그리고 아기가 나오면서 근육 주변 조직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늘어나면서 날카로운 국소적 통증을 일으키며 통증의 정점을 찍습니다.

자, 자, 그러니 여성과 남성 양쪽 다 아픈 것은 명백합니다.
엄청난 자극이 뇌의 통증 중추로 신호를 보내고요.
그런데 여기서 약간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통증은 단순한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지각된 경험 내지는 주관적 경험의 영역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통증을 제각기 다르게 지각한다는 것이죠.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 해도 그때그때의 기분, 각성 정도, 심지어 과거의 경험 여부에 따라 통증을 다르게 느낍니다. 바로 그래서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자 했던 수많은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갔던 것이고요. 흥미롭게도 팔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 중 80퍼센트가 환지통(phantom limb pain)을 느낀다고 합니다. 팔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데 그 팔이 여전히 아픈 거예요. 이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없었다는 것만은 확실하지요. 그런데도 환자는 매우 생생하고 진짜 같은 통증을 그대로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증은 '자극'이 아닙니다. 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 '경험'이지요. 그러니까
출산의 고통이나 고환을 걷어차인 느낌은 둘 다 굉장히 아프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듯합니다. 이번 양성 대결은 무승부를 선언해야겠네요. 경험은 개인마다 완전히
다르고 통증에는 많은 요소들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떠나서 경우에 따라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큰 아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이 두 가지 고통스러운 경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쪽은 아픔의 결과로 아기를 얻고 한쪽은 잠재적으로 아기를 얻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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